11월 말이다 찬란했던 단풍이 퇴색하고 떨어지고, 들은 이미 회색으로 변해가고,
찬바람이 스쳐가면 유난히 춥게 느껴진다 풍성하고 찬란했던 숲이 앙상하고
죽음의 빛갈로 변해간다. 아직 따뜻한 생명의 봄을 생각하기에 너무나 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마음은 절망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춥고, 움울하고, 슬프고,쓸쓸하다
늦은 밤에 지하도를 지나다보면 지하도 한구석에 상자 조각으로 잠자리를 만들고
한몸을 웅쿠려 뉘는 가난한 이들을 본다 그 지하도를 지나서 밖으로 나오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그 가난한 노숙자를 외면하고 철철 돈을 쏟아부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둣이 서있다.
서울은 온통 부자들과 힘있는 자들의 사건과 그들의 싸움과 놀이터로써 잔치 판인데
그들의 힘에 밀려나고, 깔리고, 패배하여 쓰러지는 힘없는 사람들은 신은 돌보아줄까?
명품을 자랑하고, 해외 여행으로 폼잡고, 고급주택에 귀족놀이를 하고 있는
가진자들이 목소리만 가득한데, 노구를 끌면서 구부러진 허리를 쥐어잡고,
리어거에 폐지를 싣고 가는 칠순의 할머니, 지하철에 버려진 무가지를 수집하려고
처절하게 사람들 틈으로 비집고 다니는 무름살만이 가득한 할아버지에게
하나님은 무엇을 베풀어 줄까? 그들의 모습이 한없이 안스럽기만한데,
아무도 의지할 곳이 없는 힘없는 사람들 뼈속까지 파고 드는 추위에 고통을 이기는
사람들,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업으로 그냥 그렇게 살아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