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05

비녀산

비녀산 - 김지하 무성하는 삼밭도 이제 기름진 벌판도 없네 비녀산 밤봉우리 웨쳐부르는 노래는 통곡이었네 떠나갔네 시퍼런 하늘을 찢고 치솟아 오르는 맨드라미 터질듯 터질 듯 거역의 몸짓으로 떨리는 땅 어느 곳에서나 어느 곳에서나 옛 이야기속에서는 뜨겁고 힘차고 가득하던 꿈을 그리다 죽도록 황토에만 그리다 삶은 일하고 굶주리고 병들어 죽는 것. 삶은 탁한 강물속에 빛나는 푸른 하늘처럼 괴롭고 견디기 어려운 것 송진타는 여름 머나 먼 철길을 따라 그리고 삶은 떠나가는 것. 아아 누군가 그 밤에 호롱불을 밝히고 참혹한 옛 싸움에 몸바친 아버지 빛바랜 사진앞에 숨죽여 울다 박차고 일어섰다 입을 다물고 마지막 우럴은 비녀산 밤봉우리 부르는 노래는 통곡이었네 떠나갔네 무거운 연자매 돌아 해가고 기인 그림자들 밤으로 ..

카테고리 없음 2022.06.29

겨울 사랑

겨울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듯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 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듯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좋은 글. 시 2022.01.05

야만의 시대

야만인들이 활개를 치는 이 사회에 있어서 책속에 있는 길은 곧 가난의 길이요, 눈물의 길이요, 굴욕의 길이요, 패배의 길입니다. 책을 안 읽어야 도리어 잘 살 수 있는 이런 현실 속에서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책을 읽으라고 도저히....... 도저히 권장 할 자신이 없습니다. 차라리 그런 것 보다는 나는 파우스트의 서재에 침입하여 그를 바깥 세상으로 끌어낸 메피스토펠레스와 같은 악마 역할을 즐겨 인수 하겠습니다.” ....'읽고 싶은 이 어령'

단상 2021.05.26

네 자신을 증발시켜 바람에 네 몸을 맡겨라

"네 자신을 증발시켜 바람에 네 몸을 맡겨라. 바람은 사막 저편에서 너를 비로 뿌려 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은 너는 다시 강물이 되어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우리가 사는 세상살이에도 건너야할 사막은 여기저기 무수히 널려 있다. 일상적인 타성의 수렁에서 벗어나 존재의 변신인 그 비약을 거치지 않으면 장애물에 걸려 근원에 도달할 수 없다. 사막 한가운데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바로 우리 내심을 소리이기도 하다. ----------------------법정.. ..............

단상 2021.04.14

도박판이 된 세상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을 키워내고..’ 엘리어트의 ‘황무지’ 의 첫 행이다. 자연 속의 삼라만상이 재생과 부활을 경험하는 4월, 죽음과 평화로운 잠에서 깨어나 삶의 순환 속으로 들어가는 4월 그러나... “마른 뼈들만 서걱거리는” 불모의 땅에는 의사 소통이 단절된 삶, 의미 없는 남녀 간의 사랑, 거짓 예언만이 설치고, 정신적 지주마저 돈이 대신하고..., 잔인한 4월, 꽃천지 속에 새로운 생명의 행진은 다시 시작되는데,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돈만이 최고의 가치이고 그래서 유일한 신앙이되고, 권력이 되고, 모든 사람들의 욕망이 되어버린 도박판.... ===========2021. 4.9.===========

단상 2021.04.09

단속사회

우리가 “편만 남고 곁이 파괴된 사회”에 살고 있다. 우선 ‘단속’(斷續), 끊어짐과 이어짐을 말한다. 우리가 “같고 비슷한 것에는 끊임없이 접속”해 있지만 ‘타인의 고통’처럼 나와 다른 것은 철저히 차단하고 외면하며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고, ....., 옆 사람에게는 그저 ‘예의 바른’ 얼굴로 선을 긋는다. 부모나 동료에게도 무심하다. 하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중독자처럼 접속해 자신을 드러낸다. ...., ‘서로 다른 경험’을 나누지 못하는 그런 사회는 망한 사회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그 누군가, 그 ‘곁’을 회복 단속사회를 벗어나보자. ...엄기호

카테고리 없음 2020.05.26

섹텐 호수

섹텐 호수 호수는 하늘만 올려다보고 하늘은 호수만 내려다보는, 어디에도 길은 없고 길이 모두 막혀버리고 물어볼 만한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그래서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단지 비 오는 날 한낮에 소방울의 무딘 소리를 따라, 소 가는 길을 따라, 소 가는 길을 밟아 호수까지 가는 방법밖에 없는 외로운 호수, 정든 호수, 나의 고향 같은 것.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섹덴 호수》중에서 -

좋은 글. 시 202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