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시

누이야 날이 저문다

들녁나그네 2014. 9. 20. 16:05

 

 

 

 

       누이야 날이 저문다 .......김 용택

 

       누이야 날이 저문다

      저뭄을 따라가며

      소리없이 저물어 가는 강물을 바라보아라

      풀꽃 한 송이가 쓸쓸히 웃으며

      배고픈 마음을 기대오리라

     그러면 다정히 내려다보며, 오 너는 눈이 젖어 있구나

 

     --배가 고파

     --바람 때문이야

    --바람이 없는데?

    --아냐, 우린 바람을 생각했어

 

    해는 지는데 건너지 못할 강물은 넓어져

    오빠는 또 거기서 머리 흔들며 잦아지는구나

    아마 선명한 무명꽃으로

    피를 토하며, 토한 피 물에 어린다

 

    누이야 저뭄의 끝은 언제나 물가였다

    배고픈 허기로 저문 물을 바라보면 안다

    밥으로 배 채워지지 않은 우리들의 멀고 먼 허기를

 

    누이야

   가문 가슴 같은 강물에 풀꽃 몇 송이를 띄우고

   나는 어둑어둑 돌아간다

   밤이 저렇게 넉넉하게 오는데

   부릴 수 없는 잠을 지고

   누이야, 잠 없는 밤이 그렇게 날마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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