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우체국
시립묘지 납골당 입구 하늘우체국은 열두달 가을이다.
오늘도 헐렁한 쉐터를 입은 가을이 소인을 찍는 중
우표 없는 편지들이 시시로 단풍든다.
하늘우체국에서 가장 많은 잎새말은 '사랑해요'이다.
'미안해요'도 가랑잎 져 걸음마다 밟힌다.
'보고 싶어요'
'또 올게요'도 넘쳐흘러 하늘이 자꾸 넓어진다.
떠난 후에야 말은 보석이 되는가
살아 생전 마음껏 쓰지 못한 말들,
살아 퍼주지 못한 말들,
이제야 물들며 사람들 몸속으로 번진다.
가슴 흔들릴 때마다 영롱해진다.
바람우표 햇살우표를 달고 허공 속으로 떠내려가는 잎새말 하나,
'내 맘 알지요', 반짝인다 .
----------------------------------김수우의 <하늘우체국>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