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시
가을이 깊어가고, 비가내리면
들녁나그네
2005. 11. 25. 11:57
가을이 깊어가는 때에 비가 내리면,
가을이
깊어가는 때에 문득 비가 내리면 마음이 유난히 우울하고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창밖을 스치듯 지나는 빗소리가 일상의 속도를 잠시
중단시키면서...
시작은 이미 오래 전에 했으나 여전히 미완성인 채로 우두커니 서 있는 자신의 인생을
닮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상처 입은 감상에 빠지는 적막감입니다.
흘깃 부는 바람 속에서도 평상시에는 잊고 있던 과거의 파편을 아프게 목격하고,
바쁜 거리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총총걸음 속에서 유독 자신만이 직면한 것 같은
현실의 좌절감을 읽어내며 별빛이 어두운 하늘에서 두려운 미래의 징조를 파악하려
듭니다.
그래서 세상 그 어디에서도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은 없는 듯 합니다.
비가
내리는 오후, 우수(憂愁)에 젖는 날의 슬픔만이 아니라 기대치 않았던 아름다움
또한 있습니다. 그건 상실의 공간에 서서 어찌 하는 수 없이 허망해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 한 복판에서 도로 찾아나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우치는 기쁨도 있기 때문
입니다. 미완성은 실패가 아니라 아직 더 신비롭고 매력적인 여정이 남은 인생을 뜻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