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
아버지의 눈물
남극에 6월이 오면 모든 생물들은 떠난다. 영하 50도의 극한 추위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 추위를 찾아 이동하는 이상한 생물들이 있다.
팽귄- 해안에서 100km나 떨어진 서식지 콜로니를 향하는 황제팽귄이다.
시속 0.5km의 기우뚱거리는 걸음으로, 때로는 배를 깔고 미끄러져가는
토보강Toboggan으로 20여일 동안의 강행진이 계속된다. 그렇게 해서
다다른 곳은 어느 생물도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추위와 얼음 그리고
차가운 극지방의 바람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를 빙원의 오아시스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인가?
맞다. 그것이야 말로 어떤 천적도 살 수 없는 그들만이 마음 놓고
사랑의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 기를 수 있는 생명의 수호지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그 추위가 팽귄들에게는 생명을 번식하는
가장 축복 받은 땅이 된다.
암컷은 알을 낳아 수컷의 발위에 올려준다. 추위가 만들어낸 부부사랑의
협동이다. 발등의 털로 알을 품은 수컷들은 몇 초만 드러나도 얼음이
되어버릴 알을 지키기 위해서 부동자세를 취한다. 알을 부화하고 먹이를
구하러 먼 바다로 떠난 암컷이 돌아올 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굶주림과 기다림의 긴 부성애다.
새끼가 부화를 해도 먹이를 구하러 간 어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팽귄 아버지는 비상수단을 쓴다. 가뜩이나 굶주린 자신의 위벽이나
식도의 점막을 녹여 토해낸다. 이것이 ‘팽귄 밀크’라 부르는 아버지의
젖이다. 대체 어떤 아버지가 펭귄처럼 자신의 살점을 저미는 사랑으로
자식을 키우는가. 그것은 오직 영하 50도의 추위가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사랑의 기적이다.
.......이어령..‘ 생명이 자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