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시

서울.....

들녁나그네 2007. 1. 18. 14:57

서울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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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목이 마르다. 서울이 잠들기 전에 인간의 꿈이 먼저

잠들어 목이 마르다. 등불을 들고 걷는 자는 어디 있느냐.

서울의 들길은 보이지 않고, 밤마다 잿더미에 주저앉아서

겉옷만 찢으며 우는 자여. 총소리가 들리고 눈이 내리더니,

사랑과 믿음의 깊이 사이로 첫눈이 내리더니,

서울에서 잡힌 돌 하나, 그 어디 던질 데가 없도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운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을 들라.

눈 내리는 서울의 밤하늘 어디에도 내 잠시 머리 둘 곳이 없나니,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을 들라.

술잔을 들고 어둠 속으로 이 세상 칼끝을 피해 가다가,

가슴으로 칼끝에 쓰러진 그대들은 눈 그친 서울밤의 눈길을 걸어가라.

아직 악인의 등불은 꺼지지 않고, 서울의 새벽에

귀를 기울이는 고요한 인간의 귀는 풀잎에 젖어,

목이 마르다. 인간이 잠들기 전에 서울의 꿈이 먼저 잠이

들어 아, 목이 마르다.


4

사람의 잔을 마시고 싶다.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소주잔을 나누며 눈물의 빈대떡을 나눠 먹고 싶다.

꽃잎 하나 칼처럼 떨어지는 봄날에 풀잎을 스치는

사람의 옷자락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나라보다 사람의 나라에 살고 싶다.

새벽마다 사람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서울의 등잔에 홀로 불을 켜고 가난한 사람의 창에 기대어

서울의 그리움을 그리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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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예수> 정 호 승